디자인의 디자인

  • Author
    Kenya Hara
  • Published year
    2007
  • Category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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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Highlights

산업 디자인에서 디자이너의 개성은 억제되고, 물건을 계획, 생산, 판매하는 기업의 의사와 전략은 정확하게 반영되고 있다. 그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에는 동시대적인 생활의 요구에 소재나 테크놀로지를 잘 맞춰 만든 합리적인 디자인이 되며, 부정적으로 작용했을 때는 시장에 영합하는 뻔뻔한 디자인이 된다.
문제는 마케팅의 정밀성에 달린 것이 아니다. 그 기업이 진출하는 시장의 욕망이 얼마나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지를 항시 주시하면서 그에 맞는 전략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그 기업의 상품이 인기를 얻기는 불가능하다. 이것이 문제이다. 브랜드는 가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대상으로 하는 나라와 그 문화 수준을 반영한다.
상품의 모태가 되는 시장의 욕망 수준이 글로벌 시장에서 상품의 성패를 좌우한다. 그것은 일반적인 마케팅과는 다른 심도에 초점을 맞추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 문제이다. 그러한 문제를 생각해 나가는 것이 '욕망의 에듀케이션'이다.
미래의 비전을 마련하는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이라면 '흥행'을 계획한다는 발상은 이제 그만 버리는 편이 좋다. '마을 부흥' 같은 단어가 한때 유행했던 적이 있지만 그렇게 해서 '부흥된' 마을은 무참하다. 마을은 부흥시키려고 해서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다. 그 매력은 오로지 풍경과 정감에 달려 있다.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요와 성숙에 진심으로 어울려 그것이 성취된 후에도 '홍보' 등에 연연하지 않고 깊은 숲이나 더운 김 저편에 몰래 숨겨 놓으면 된다. 뛰어난 것은 반드시 발견된다. 풍경이나 정감이란 그러한 힘이고 그것이 커뮤니케이션의 커다란 자원이 될 것이다.
만약 어떤 어려운 상황을 맞이한다고 해도 나는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명확한 의도와 의지로 그 계획에 관여하고 싶다. 나는 '핵 반대'라든지 '전쟁 반대' 등과 같이 어떤 것을 반대하는 메시지를 만드는 데는 흥미가 없다. 디자인은 어떤 것을 계획해 나가는 상황에서 기능 하기 때문이다. 환경 문제이건 세계화의 폐해 문제이건 어떻게 하면 그것을 개선으로 향하게 할 수 있을지 한발이라도 그것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그런 긍정적인 생각으로 끈기를 가지고 구체적인 상황에서 디자인을 기능 시키고 싶다.
디자인은 지능이 아니라 사물의 본질을 찾아내는 감성과 통찰력이다. 따라서 디자이너의 의식은 사회에 대해서 항상 민감하게 각성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도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디자인의 영역을 뒤흔들어 디자인을 세상의 적정한 장소에 재배치해 나갈 필요가 있다.
전후 그래픽 디자인은 시대의 분기점이 도래할 때마다 제 역할을 다해 왔다. 어떨 때는 포스터가 세상의 형편을 비추는 거울로서 높은 인기를 누렸으며, 심벌마크의 효과적인 운용은 사회의 흥미를 불러일으켜 디자인의 힘을 증명해 보였다. 그러나 포스터나 CI는 어디까지나 하나의 표현 방법에 불과하며 그 자체가 디자인의 목적은 아니다.
시기에 따라서 최적의 방법을 선택한 결과로서 어떨 때는 포스터가 활약하고 또 어떨 때는 심벌마크가 힘을 발휘했다. 한때 성공을 이룬 특정 스타일은 주목을 받으면 받을수록 본질과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대중화되어 점점 사라져 가게 된다. 그래픽 디자이너 자신도 스스로를 어필할 때 포스터나 마크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했던 경향이 있다. 결국 그것들이 새로운 시대의 커뮤니케이션에 어울리지 않게 되었을 때 그래픽 디자이너도 함께 퇴색되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