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디자인: 김신 디자인 잡문집

  • Author
    김신
  • Published year
    2011
  • Category
    Design
  • Sta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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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Highlights

글과 소리, 이미지와 영상이라는 정보는 이제 모두 디지털 신호로 바꿀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손으로 쥘 수 없는 세계다. 그것에 대한 소유욕은 약해질 수밖에 없고, 따라서 상품적 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프 형식의 정보는 한마디로 정보들의 '관계'를 보여준다.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숫자 정보는 사실 아주 객관적으로 정보를 보여주고자 할 때 적합하다. 무엇을 강조하거나 긴장감을 주거나 의미를 담기 힘들다. 그러나 어떤 정보를 그래프로 보여준다면 당신은 그 정보에서 자극을 받는다.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기술로는 디자인과 예술의 차이를 설명할 수 없다.
예술과 디자인이 분명하게 다른 점은 예술은 무용하고 디자인은 유용하다는 것이다. 디자인은 본질적으로 쓸모있어야 한다. 그 쓸모라는 것은 사람들의 '보편적인' 생각과 미의식을 충족시켜야 한다.
"무용한 사물을 만들어낸 것에 대한 단 하나의 구실은, 우리가 그것에 강렬히 찬탄한다는 것이다. 모든 예술은 상당히 무용하다." - 오스카 와일드
디자인은 보편적인 미의식을 추구한다. 보편적인 미의식을 추구하기 때문에 디자인은 매우 논리적이고 과학적이며 동시에 미학적인 작업이다. 그것은 대단히 개인적이고 극단적인 감각의 세계를 추구하는 예술보다 쉬운 일이 결코 아니다.
무릇 디자인이란 전문가가 아니라 소비자가 판단하는 것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기업은 판매 실적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자이너는 대중보다 앞선 안목과 미래를 보는 진보적인 시각으로 그들을 이끌 의무도 있다.
늘 가장 아름다운 것은 기본 구조 자체에서 나온다. 거기에서 승부를 걸지 못한다면 좋은 디자인은 결코 나오지 않는다.
빈 공간, 또는 일정한 색으로 획일화된 면, 획일화된 패턴은 왜 본능적으로 아름답게 느껴질까? 두 가지 이유가 일다. 하나는 열역학 법칙 때문이다. 사람은 근본적으로 에너지를 적게 쓰려고 한다. 복잡한 대상은 그만큼 이해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런 복잡한 대상은 오래 보지 못하고 눈을 돌려버린다. 모더니스트들이 계획한 단순한 사각박스의 건물이 아름다운 이유가 바로 열역학 법칙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빈 공간과 흰 면, 획일화된 패턴이 잠재된 가능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흰 색의 캔버스는 어떤 그림이든 그릴 수 있는, 걸작이 탄생할 수도 있는 잠재된 가능성이다. 따라서 아름다운 것이다.
"기본적으로 사진이 좋을수록 레이아웃은 단순해지고 사진이 좋지 않으면 디자이너는 전체 디자인이 좋아보이도록 마술을 부려야한다." - 알렉세이 브로도비치
이 세상에서 '싸다는 것'의 가치는 숭고하고 영원하다. 상품을 싸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디자인의 가장 위대한 힘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디자이너는 디자인의 이런 위대한 가치를 무시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디자이너들이 싸게 더 많이 공급한다는 디자인의 본질을 잊어가고 있다.
우리는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 세상 전부를 판단하는 오류를 범한다. 내 주변인들이 필립 스탁이나 자하 하디드를 좋아하면, 세상 사람들도 대체로 그들을 좋아할 것이라 지레짐작한다. 그러나 이 세상의 절대 다수, 아마도 90퍼센트 이상의 사람이 그들의 이름조차 모를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디자인 전문가들이 좋다고 하는 디자인을 세상 사람들이 다 좋아하는건 아니다. 그래서 나와 전혀 다른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는 일이 필요하다. 그러면 디자인의 기회와 가능성이 더욱 넓어질 것이다.